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 ‘모두의 창업’은 아이디어 단계의 팀을 단계별로 검증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과기공 산업의 오래된 관행을 디지털로 바꾸겠다는 창업팀 ‘어뚝’이 이 프로그램의 2차 단계에 진출하면서, 30년째 바뀌지 않은 치과-기공소 간 종이 의뢰서 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어뚝은 송도훈 대표와 김명철 공동창업자가 이끄는 4인 팀으로, 치과와 기공소가 함께 사용하는 디지털 기공의뢰서 ‘디트(diit)’를 개발하고 있다.

종이 한 장에 의존하는 산업
치과기공사인 송도훈 대표는 치과 진료와 보철 제작 방식이 디지털화된 지 오래됐지만, 치과가 기공소에 제작을 의뢰하는 단계만큼은 여전히 종이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착안해 창업에 나섰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치과기공 산업을 계속 봐왔습니다. 치과도 디지털화됐고 기공물 제작 방식도 수준급으로 디지털화됐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게 있었어요. 치과에서 기공소에 의뢰할 때 여전히 종이 한 장에 의존한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종이 의뢰서는 정보 누락과 오류로 이어지고, 이는 재확인과 재제작, 정산 대조 과정에서의 문제로 반복된다. 어뚝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공소의 보철 재제작 비율은 10.1%에 달한다. 국내 보철·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의뢰 단계의 정확도 문제가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는 게 팀의 판단이다. 송 대표는 “기공 산업을 오래 봐왔기 때문에 예전과 지금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의뢰하는 방식은 그대로라는 게 신기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제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라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빈칸이 아닌 순서를 제시하는 방식
디트는 치과가 필요한 항목을 순서대로 입력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의뢰서다. 빈칸을 채우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작성해야 할 항목을 먼저 제시해 안내하는 방식을 택했다. 송 대표는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안 쓰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필요한 내용을 저희가 먼저 제시하고 거기에 맞춰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보철물의 품질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죠”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토타입은 실제 거래처를 대상으로 약 6개월간 시험 사용을 거쳤다. 초기에는 기공소 내부 관리 도구로 시작했지만, 의뢰가 생성되는 단계부터 정확한 정보를 받는 방향으로 서비스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고객 확보 전략도 기공소를 먼저 공략하던 방식에서 치과를 우선 확보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현재 디트는 치과 15곳과 기공소·기공실 4곳에서 사용 및 검증되고 있다.

단계별 검증 거쳐 시장 확대 모색
어뚝은 송도훈 대표와 김명철 공동창업자 외에 최지현, 김주민이 합류해 4인 체제로 팀을 구성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은 이런 초기 팀들이 멘토링을 거쳐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단계를 거듭할수록 시장성과 실행력을 검증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어뚝이 2차 단계까지 진출한 것은 프로토타입 실사용을 통해 실제 수요를 확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어뚝이 겨냥하는 실제 과금 대상은 국내 기공소와 치과 내 기공실을 합쳐 약 7,000곳으로 추산된다. 관련 SaaS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20억 원 수준으로 어뚝은 내다보고 있다. 수익 모델은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데이터·AI·운영 관련 기능을 단계적으로 유료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유료 기능으로는 AI를 활용한 의뢰 작성 보조, 정보 누락 감지, 보철 유형별 작성 자동화 등이 검토 대상에 올라 있어 반복 작업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기반 기공 작업 자동화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것과 함께, 국내에서 표준화된 모델이 자리 잡은 이후 해외 적용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두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검증이 다음 단계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이 이런 현장 밀착형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