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를 16기로 폐교하겠다는 논의가 제기되면서, 16년간 축적된 창업가 자산과 지역 네트워크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지가 창업 현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 접근성이 낮은 지역 딥테크 청년들에게 청창사가 사실상 유일한 창업 사다리였다는 점에서, 존속 여부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지역 창업 생태계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총동문회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9월 2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 문제를 짚는 국회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발제와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청창사를 거친 9천여 명의 창업가들이 쌓은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지원 정책의 역할을 어떻게 확대할지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폐교론 속 총동문회장의 책임감
좌장을 맡은 류정원 청창사 총동문회장(힐세리온 대표)은 “16기를 끝으로 청창사를 폐교하겠다는 얘기가 도는 시점에 총동문회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대한민국의 창업 생태계를 다시 조망하고 청창사의 존속이 필요한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고 세미나의 취지를 밝혔다.
류 회장은 이어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이 겪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투자금이나 멘토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은 CEO의 능력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CEO가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떨어지면 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들이 제시한 정책 확대 방향
세미나에서는 권인택 오픈놀 대표, 이금룡 사단법인 도전과나눔 이사장,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가 차례로 발제를 맡았다. 정지성 대표는 청창사 호남총동문회장을 겸하고 있어 지역 창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했다.
발제에서는 창업지원 정책의 성과를 기업 설립에 한정하지 않고 성장, 재도전, 투자, 후배기업 지원까지 넓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에 지원받은 기업의 생존율만 따지던 성과 평가 방식을, 지원받은 창업가 개개인이 이후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추적하는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기존 기업을 인수한 뒤 AI·IoT 등 신기술을 접목해 사업을 전환하는 창업가까지 창업정책의 대상 범위에 포함하자는 구상도 함께 제시됐다.
지역 딥테크 청년들에게 청창사가 갖는 의미
정지성 대표는 지역에서 청창사가 갖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딥테크 청년들에게 청창사는 유일한 사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 접근성이 서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 청창사가 사실상 창업의 공교육 기능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다.

동문 펀드로 이어지는 선순환
청창사 출신 동문기업 중 25개사는 이미 약 10억원 규모의 민간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해 후배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 다시 후배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순환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례로 세미나에서 소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호중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정책과장이 참석해 정부 측 입장을 들었고, 김윤정 청창사 대외협력 이사(엔티1 CFO)는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동문 네트워크의 현재 활동을 공유했다. 총동문회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브랜드 가치를 이어갈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와 대응을 온오프라인에서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6년간 9천여 명의 창업가를 배출하고 지역 딥테크 청년들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청창사가 폐교 논의 앞에 놓인 지금,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성과와 제언이 실제 정책 결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지역 창업 현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